2021. 6. 13. 00:58
1 2학년 시기에 코로나 상황이라는 게 참 손해가 큰 것 같다. 제일 열심히 활동 채워야 할 시기인데... 고삼들도 힘들었지만 우리는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분명 이런 특수한 상황을 잘 써먹을 방법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이공계나 의료 계열이라면 신이 주신 기회다 생각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
대학을 잘가고 못가고는 절대적인 척도가 있는 게 아니다. 서울대 갔다고 잘 갔고 문성대 갔다고 못 간 거 아니다. 자기가 생각했을 때 자기 실력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대학, 내가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은 대학, 거기에 가면 잘 간 거고 자기 실력보다 못 간 것 같다, 이러면 아쉬운 거지... 절대로 대입은 순위를 매겨서 비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친구들이랑, 남들이랑 비교해서 속상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건 내신도 마찬가지고 수능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진짜로 잘했는지 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찾으려 하면 끝이 없다. 연고대에 가도 설카포를 못 넘고, 설카포에 가도 의치한을 못 넘는다. 지금이야 '당연한 소리를...'할 수도 있고 '지랄.. 지는 갔으니까 저런 소리가 나오지' 이럴 수도 있지만... 정말 간절하고 앞이 깜깜한 순간에는 이런 생각을 못 할 뿐더러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으니까...
취업이나 진로의 문제보다 우선 그 학과에서 뭘 배우는지, 배운 걸 어떤 직종에서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물론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일단 아무 대학이나 가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1 2학년이라면 아직 충분히 여유가 있고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시기니까... 학과 커리큘럼을 찾아보고, 가능하면 실무와의 연관성을 알아보고, 학문에 뜻이 있다면 자기가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지 확실히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수학이 좋아! 답이 뚜렷해서 좋아. 이런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수학에서도 특히 어떤 주제, 미적분학이면 미적분학, 이런 식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확실히 해두는 게 자소서 작성이나 면접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공학계열에서도 생명공학 같은 경우는 요즘 이슈가 되는 부분이고 정보가 많으니까 진로를 구체화하기 쉬울 것이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목적을 정해야 한다. 목표가 아니라 목적을!! 대학에 가는 목적을 정해야 한다.
학종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아무도 내가 중앙대 떨어질 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연대 1차라도 기대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정말 모른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 내신 절대 버리면 안 된다. 아직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수능만 바라보는 건 미친 짓이다. 정시파이터라고 하던 친구들 다 수시 두세개씩은 썼다. 내신은 물론이고 학생회 활동 하는 친구들, 학종으로 가기로 결심했으면 정말 죽어라 생기부 채워야 한다. 정시 결심한 친구들도 정말... 모의고사 11111 나오는 거 아니면 내신 챙겨야 한다. 진짜 정신병 걸리기 싫으면 수시 써야 한다... 수시 써도 정신병 걸리지만...
탐구 독서 등등 모든 활동은 서로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도 무조건 다른 과목 내용이나 자기가 저번에 했던 발표 내용이나... 이런 것들이랑 엮어서 유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학년을 걸쳐서 이어지는 주제가 있으면 정말 좋다. 생기부 전체를 관통하는 토픽이 있어야 한다.
생기부 단어 하나하나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대충 어떤 주제의 활동을 했다 정도만 알아볼 수 있으면 된다. 물론 좋은 말로 꾸미는 거 좋지만 그거에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활동을 다양하게, 구체적으로, 유기적으로 채우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내가 지금 이 발표 자료, 보고서, 소논문 왜 쓰고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그냥 하라고 해서 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 어떤 활동을 하든 그게 나한테 이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이라는 말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알지만 그래도 정말 중요하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본다 생각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자연대를 고민하는 친구들, 혹은 인문계열인데 내신이 좋고 모의고사가 잘 나오는 친구들... 한의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정말 확실한 비전이 있고 그 학과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지 않다면 한의대가 정말 인생을 바꾸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한의사 워라밸 같은 거 검색해보고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마찬가지로 공무원 준비도 나쁘지 않은 길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붙잡고 있었던 길을 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알고 있으면 좋고, 이 제안이 마음에 확 들어온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 간판은 정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수는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문제에서 대학 간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딱 고삼이랑 새내기만 신경쓰는 게 대학 서열이다. 만에 하나 학과와 대학 이름 중에서 고민할 일이 생긴다면... 정말 자기 수준에 심하게 못 미치는 대학이 아니라는 가정 하에, 학과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이건 나도 아직 어렵다. 서울대 철학과 보내준다고 하면 관악까지 삼보일배하면서 갈 자신 있다. 그래도... 특히 공대라면!! 학과를 우선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지금 너무너무 힘들고 고생하는 거!!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정말로 다 보상받게 된다. 더 힘든 일도 생기겠지만 아무튼 분명히 괜찮아지는 날이 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
--- 추가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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