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3. 01:45
3일차 (1/28)
크리스마스 박물관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어쨌거나 크리스마스 박물관에 갔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매우 트레일러스러운 외부 ... 에 다소 실망했지만 내부는 매우 만족!!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카드와 기념품 등등이 주요 전시품이었는데 나는 이런 거 하나하나 읽어보는 걸 좋아해서 친구들 다 나가고도 한참 구경했다!! 특히 연도별로 모아둔 기념주화 같은 것들!! 의 세세한 디테일을 구경하는 게 좋다. 벽에 대충 걸려있는 영자신문 같은 것도 전부 읽어보는 타입 이고 ... 1층 계단 옆에 책 같은 것이 달랑 붙어 있는데 이걸 열면 스크루지 이야기가 적힌 페이지와 테디베어박물관 스러운 목조장식이!! 매우 귀엽다. 전시된 작품 퀄리티에 비해 설명이 다소 부족해서 아쉬웠다. 박물관처럼 상세하게 이것은 몇년도에 어디에서 발행한 우표이고... 하면서 설명해줬으면 좋겠지만... 개인 수집품이라는 특성상 불가능했겠지?
2층은 볼 게 없대서 그런갑다 했는데 아니???? 볼 거 완전 많던데???? 일단 나는 나무인형을 너무너무너무 좋아하고 양초 켜서 돌아가는 바람개비 달린 장식품(뭐라고 부르지??)도 좋아함!! 우리 집에도 큰 거 하나 있다. 크리스마스 박물관답게 예수탄생 을 표현한 장식품이 많았는데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고 상인 셋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의 장식품이 다양한 버전으로 있어서 그 디테일을 구경하는 게 재밌었다. 전부 수제겠지 당연히?? 소나무 장식은 대부분 나무 껍질을 돌돌 말리게 깎아서 표현한 방식이었는데 그게 신기하고 귀여웠다. 글고 일본 중국 등등의 크리스마스 사진이 벽에 붙어있었는데 어떻게 구했는지... 아무튼 좋았다. 나무인형 보는 게 너무 좋아서 2층에서 10분 넘게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옆 건물 ... 은 완전 금광이었다!!! 일 층부터 찰리브라운 1970년대 만화책 등등을 팔길래 이것은 뭐지? 라고 생각했는데 박물관 주인이 누군진 몰라도 20세기에 상당히 미친 사람인 듯 ... 접시 찻잔 페브릭달력 엽서 잡지 등등 대충 1988년 가정집 이사할 때 버리는 상자에 있을만한 것은 다 모아놨다. 나는 레코드잡지랑 엽서를 냉큼 집어왔다. 레트로에 미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갑을 열 만한 그런 곳... 그런데 파는 것들이 상당히 저주받기 쉬워 보였다. 첫 번째 사진의 필름... 매우 레데리스럽고 소름끼친다(레데리2 배경은 1899년). 옷도 있었는데 스웨터랑 조끼랑 양말을 사왔다. 웃는 고양이 스웨터 눈썹이 너무 귀여워서 무조건 사야된다고 박박 우겼는데 기각당했다. 눈썹이 있는 고양이 스웨터는 흔하지 않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아무튼 마음에 드는 옷을 사서 좋았다.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가게 분위기랑 엄청 잘 어울리는 고양이가 걸어오더니 무진장 쓰다듬을 받았다... 마취제 같은 것을 먹였나 싶을 만큼 사람 손을 잘 타는 고양이였다! 계산하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안쪽 방으로 가봤더니 엄마 옆구리에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울 엄마는 고양이를 무서워함... 엄마를 고양이에게서 구출하고 한참을 쓰다듬어 주었다. 레트로 상점에 고양이가 사는 것도 굉장히 귀여운데 가게 색감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 장모종이어서 더욱 귀여웠다. 10분쯤 쓰다듬고서야 쓰다듬지옥에서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무민랜드
이모씨가 무민을 좋아해서 가게 된 무민랜드~ 생각보다 넓고 디테일하게 꾸며져 있었다. 나는 북유럽 깡패들이 녹음한 무민영화 짤 말고는 무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서 딱히 엄청난 감동을 느끼진 못했다. 만 8세 이하의 아동이 많았는데 나도 모르는 무민을 이 친구들이 알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우 인스타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비주류의 프라이드가 있기 때문에 감성문구가 쓰여 있는 벽 사진 찍기! 를 간신히 참아냈다.
본태박물관
미대생 김모씨의 소개로 가게 된 본태박물관!! 미대생과 함께 구경하니 작품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기분... 이었을까? 아는 건 없어도 열심히 구경했다. 김모씨는 전시가 정말 일관성이 없다! 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불교미술 전시관은 정말로 멋있었는데 나는 아는 것이 없으니 그냥 짱 크고 화려하고 멋지다! 라는 생각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첨부한 사진은 김모씨가 정말 좋아했던 쿠사마 야요이 전시! 예술인의 자질에는 정신병이 포함되어 있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 약간 매트릭스 같다... 는 생각을 했다. 바다 볼 때처럼 빨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왕우왕우왕우왕~ 하는 배경음악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는 생각도 했다. 아무튼 예술이란 대단한 것~ 그리고 그 다음 전시관 도슨트가 상당히 말이 많았다. 설명 듣다가 지쳐서 위층에 올라갔다 왔는데 계단 내려오면서 그 남자 아직도 설명하고 있을까?ㅋㅋ 라는 대화를 했다. 그 말을 함과 동시에 아래층에 있던 도슨트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잘하면 들렸을 만큼의 볼륨이었기 때문에... 수치스럽고 미안했다. 어쩔?
4일차 (1/29)
제주 아쿠아플라넷
아이고 와이라노... 티스토리 오류가 심하네... 대충 아쿠아리움 전에는 좋아했는데 지금은 윤리적 죄책감이 들어서 재밌게 못 보겠다는 이야기... 그리고 한국 아쿠아리움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이야기...
스누피가든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고 디테일해서 좋았던 스누피가든! 내부도 좋지만 외부 정원이 정말정말 예쁘게 잘 되어 있다. 무민처럼 스누피도 나에게는 추억 속의 만화는 아니지만 이모씨가 좋아해서 그런갑다 했다. 무민랜드 두 배 정도의 크기에 디테일도 그 정도 된다. 내부보다는 외부가 기억에 남는다. 구역별로 테마도 구체적이었고 자연을 응용한 작품이 많아서 다양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 겨울이라 해가 일찍 졌는데 넓은 들판에 노을이 질랑말랑 하는 햇빛이 드는 게 참 예쁘고 좋았다. 스누피가든! 이라는 정체성도 잃지 않으면서 수목원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매표소 건너편에 있었던 기념품샵과 카페도 깔끔했다. 스누피 테마에 맞춰서 벽이나 바닥이 거의 하얀색이었는데 청소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한 것이 기억난다.
5일차 (1/30)
딱히 어딜 가지는 않았다
아침 일찍 나가서 각자 갈 길을 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딱히 어딜 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공항 가는 길에 좋은 곳이 있어서 잠깐 차를 세우고 바다 구경을 했다. 제주는 바다가 참 좋아 .......... 김모씨와 엄마는 일정이 없어서 바로 집으로 갔고 나와 이모씨는 밥을 먹고 제주 싸이버 친구를 만나러 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보다 어린 싸.친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두세 살 이상 어린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참 신기한 일 ... 나는 케이팝을 전혀 모르는데 내 친구들은 케이팝 박사들이다. 누가 보면 어떻게 친해졌을까 싶을 만큼 관심사가 다른 우리들... 하지만 어쨌거나 즐겁게 잘 지내고 있다. 친구가 케이팝을 하든 말든 나는 대체로 듣는 걸 좋아해서 이런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것 같다. 아마 코리안 힙합을 좋아하는 친구가 생겨도 이런 식으로 잘 지낼 것이다. 같은 이유로 나는 무리가 세 명이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케이팝 등등의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친구 둘과 아무것도 모르지만 대충 낑겨서 따라 웃는 나... 중학교 이후로 내 인간관계는 대부분 이런 방식이었다. 물론 말하는 걸 싫어하고 듣는 걸 좋아하는 내 성격 때문도 있지만 나랑 관심사가 같은 친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에 ... 대학 가서는 어떻게 할 지 걱정이다.
아무튼 긴 여행이 잘 끝났다. 4일째 쯤에는 역시 여행은 3박4일... 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너무 힘들어서... 그래도 참 재밌었다! 다음에는 뉴질랜드 여행을 가고 싶다!
★★★★☆ 어쨌거나 친구가 있다는 건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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