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2021. 1. 11. 23:39

충분히 잘했기 때문에!

쌍수를 했다.

본좌는 만 10세경 우안 안검하수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근육에 힘이 없어서 그 근육이랑 눈썹을 들어올리는 근육을 잇는 수술이었고... 그 결과 오른쪽눈을 크게 뜨려면 눈썹을 들어야만 한다.

그런데 삼촌 친구이신 신사동 모 성형외과 원장님께서 이 오른눈을 왼눈이랑 똑같이 맞춰서 더 예쁘게 해보겠다는 욕심에... 그 수술해둔 곳을 끊었는데... 수습이 곤란해진 것이다... 이것이 수술 시작 약 3-4시간 후 시점이다.

대형사고를 쳐버리고 만 원장님은 안검하수를 전문으로 하시는 다른 원장선생님께 연락을 드리게 된다... 그리고 그 선생님의 도착까지 대기+추가수술을 하며 나의 절개+눈매교정+앞트임 수술시간은 8시간으로 늘어났다. 친구는 3시간만에 끝났다고 했는데 나만 죽을고비를 넘긴 셈이다. 대기 후 2번째 수술때는 마취가 좀 풀렸는지 아파서 좔좔 울었다. 눈물을 줄줄줄 흘리는데 자꾸 눈 더 뜨라 그러고 참으라 그러고... 울고 싶었다... 의사쌤도 울고 싶었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회복이 되었다. 3주차까지는 오른쪽 눈 감기가 힘들 것이라고 한다. 눈을 계속 뜨고 있으면 건조해서 각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4일째까지 거즈로 오른눈을 닫아 놨었는데 지금 눈을 감고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오른쪽눈 시력을 상실한듯;; 안그래도 나쁜 눈이 더 나빠졌다. 사람 얼굴이 안 보인다... 나는 오른눈이 주시안이고 원시여서 오른눈으로 세상을 봤었는데 오른눈을 못 쓰게 되니 며칠 사이에 갑자기 왼눈이 주시안이 된 것이다. 어지럽고 초점이 잘 안 맞는다. 익숙해져야겠지...

원장샘은 미안하셨는지 수술비(지인DC해서 300 이상이었음) 전액 환불을 제안하셨다. 근데 엄마가 거절했다. 사실 그게 맞는 결정이다. 이 원장샘이 진짜 나쁜 사람이어서 나는 못하겠다 하고 손뗐으면 나는 그대로 좆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하다고 하고 나왔다. 근데 정말 좋은 분이신듯. 본인 핸드폰으로 내 눈을 엄청 찍어가셨는데 그걸 주변 다른 선생님들께 보여드리고 소견을 받는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경과를 보고 재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그렇게 신경써주시기도 힘들 텐데 참 감사하다.

아무튼 한양대에 만족한다. 일주일만에 집에 와서 이대 합격키트를 받고 눈물을 좀 훔쳤다. 한양대가 이대 절반만큼이라도 학생복지에 신경썼다면... 이대가 과한 편이기도 하고 한양대가 너무 박한 편이기도 한 것 같다.

입학 때부터 학종 외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그리고 학종의 장점만 극대화한 전략으로 90퍼센트는 성공했다.
연대 못간 거 아쉽다. 하지만 부족한 점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 그 자소서와 생기부가 내 전부였다. 그걸로 만족한다.
애초에 못 갈 곳이었어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다. 갈 수 있었다. 운이 더 좋았다면 붙었을 것이다.
그런데 운이 없어서 못 갔다고 슬프지 않다. 운이 없는 것은 슬퍼할 일이 아니다.
아쉽긴 해. 근데 잘 해냈으니 만족해.
만족한다고 해서 발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걸 깨달은 것만으로도 지난 18년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 살아 봅시다!